김해 남명더라우 입주민들이 시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남명건설 부도 여파로 임차보증금이 묶인 김해 장유 남명더라우 임대아파트 입주민 824세대가 김해시의 행정책임을 요구하는 가운데 이 아파트가 예견된 깡통전세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일 남명더라우 비상대책위에 따르면 남명이 부도 위기에 몰린 지난해 2월말 750세대에 대해 세대당 500~700만원의 임차보증금을 올려서 재계약했다.
　

임대아파트의 임차보증금 증액은 입주민과 협의해 시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김해시가 남명의 부도가 임박했음을 인지하고도 40억원이 넘는 임차보증금을 더 받도록 승인해 줘 임차인들의 피해를 더 키웠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해시는 동대표들의 동의를 입주민 전체 의견으로 간주해 임차보증금 증액을 승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대위는 김해시가 일부 동대표들을 앞세운 남명의 임차보증금 증액 요청을 입주민 전체 의견으로 간주해 증액을 승인하면서,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관리 책임이 있는 김해시는  아파트 운영사인 남명산업개발이 2억4천여만원의 특별수선충당금을 한 차례도 납부 하지 않았는데도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남명의 부도처리 이후 고발조치하는 뒷북행정의 전형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9일 남명더라우 아파트 임차인 200여명은  김해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남명산업개발이 지난해 분양금을 올려받으려 분양전환을 연기하더니 이 사태가 벌어졌다"며 "입주민들의 피같은 재산을 기업 이기주의로 빨대를 꽂아 빨아 먹고 있다"고 원색 비난했다.
　

이날 김해시청 정문 집회에서 임차인들은 `안정된 주거환경 보장하라`, `피같은 시민의 보증금 보장하라`, `전세사기 따로 있나! 이게 바로 전세사기`라는 내용을 담은 피켓을 들고 집회를 이어갔다.
　

임차인들은 `부실기업 방관한 김해시는 책임져라!`는 피켓을 들고 "입주 당시 김해시가 남명더라우를 입지조건이 좋고 건실한 기자재를 사용한 튼튼한 아파트라고 권유해 김해시를 믿고 아파트에 입주한 세대들이 많았다"며 김해시의 책임있는 적극 행정을 재차 요구했다.
　

집회 당일 현장을 찾은 홍태용 김해시장은 김지영 비대위원장이 "입주민의 보증금 손실이 없기를 책임지겠냐?"는 질문에 "책임진다"고 짧게 답했고, 집회에 참여한 입주민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홍 시장은 "임차인들의 재산 피해가 없도록 총력 지원하고 여러 당면 문제도 적극 해결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총 824세대가 입주한 김해 무계동 남명더라우는 공공임대주택으로 2017년 2월 입주를 시작해 2027년 2월까지 임대 의무기간으로 임차인들은 공급면적에 따라 1억4천만원~1억7천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있다.
　

남명건설은 함안 지역주택조합 공사과정에서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한 데 이어 PF 대출이 실패하자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최근 최종 부도처리됐다. 남명산업개발도 이달 초 창원지법에 법인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앞서 김해시는 전담 TF를 꾸려 임차인 측뿐만 아니라 남명산업개발 임대보증금 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 주택도시기금채권자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파트 임차인들은 남명건설의 부도에 이어 남명산업개발까지 지난 6일 창원지법에 회생절차를 신청하자 대출금 상환과 임대보증금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김해시와 남명산업개발에 조기분양 전환과 임차권 유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춘국ㆍ차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