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정부가 수입 확대와 할인 지원 등 사후 대책으로 가격을 잡으려는 모습이 반복된다. 여기에 해마다 예산이 수천 억원 투입된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는 근원 대책은 아니다.

정부의 대규모 할인 지원 자금 투입 후 사과ㆍ배 등의 과일 소매가격이 10% 넘게 하락했다 한다. 그러나 하락한 건 소매가이고 도매가는 여전하다고 한다.

정부가 재정지원금을 투여한 것은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가오는 4.10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심이반을 막기 위해 일종의 땜질식 처방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4일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지난 22일 기준으로 사과(후지ㆍ상품) 10개 소매가격은 2만4천250원으로 일주일 전인 15일보다 11.6%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배(신고ㆍ상품) 10개 소매가격도 3만9천312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13.4% 하락했고 토마토(상품) 1㎏ 소매가격은 7천107원으로 12.9% 내렸다. 하지만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 도매가격은 여전히 높다.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농축산물 할인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여기에도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건 마찬가지다.

2022년 1천080억원 지난해 1천305억원이 투입된 데 이어 올해도 해당 사업에 1천080억원이 편성됐다. 이에 더해 정부는 물가가 잡힐 때까지 할인 지원에 재정을 추가 투입한다는 방침을 최근 발표했다.

정부가 이처럼 막대한 재정을 농산물 물가 잡기에 투입하고 있지만 해마다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는 건 근본적인 처방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나타난 과채류 가격 상승은 집중호우와 일조량 부족 등 이상기후 탓이다. 자연재해가 상수로 자리 잡은 이런 환경에 농가가 적응하고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물가문제는 언제든 거듭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농가가 재해 등으로 경영을 포기하지 않도록 다층적 경영안전망을 구축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번 수박농사 피해를 입은 함안군 대산면의 한 농가는 "일종의 재해로 인해 일어난 일인데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제도를 정비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밀양 얼음골 사과를 재배하는 한 농가의 지적도 마찬가지다.

밀양시 산내면 의 한 사과농민은 "제발 안심하고 농사를 짓은 환경이 하루 빨리 마련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농사짓는 환경 자체가 제대로 안정되지 않으면 어떤 정부라도 결국 돈(예산)으로 물가를 잡는 일이 반복되는 모습을 우리는 숱하게 봐왔다. 땜질식 처방은 이제 그만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