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3ㆍ15 민주묘지로 가는 길섶에는 아침이슬에 함초롬한 목련이 막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싱그러운 꽃망울을 볼 때마다 채 피어나지도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젊은 청춘들이 생각난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3월의 그 차디찬 포도(鋪道)에 베고니아의 꽃잎처럼 흩어진 그 젊은 청춘을 누군들 그리워하지 않을까. 

3ㆍ15 의거는 시민혁명 이자 순수한 학생운동으로 많은 여학생들이 참여한 것은 이채로운 일이다. 숨 막히는 의거의 현장에서 12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이 분노의 물결이 4ㆍ19혁명을 촉발시켜 이 땅에 민주주의라는 찬란한 꽃을 피우게 했다. 정부에서 3ㆍ15 의거를 국가기념일로 제정해 행사를 개최하는 이유는 자유를 쟁취하고 희생당한 젊은 사자들을 민주주의의 표상으로 영원히 기리는 한편 이를 계승 발전시켜 국민화합을 통한 더 큰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고자 함에 있는 것이다.

행사 전날 의거 희생자 추모제에 이어 315km 자전거대행진, 전국백일장, 3ㆍ15 마라톤대회, 문학의 밤, 기념음악제 학술 심포지엄 등 11개 부대행사를 실시하게 된다. 해마다 3월이면 거리 곳곳에서 바람과 함께 끝없는 함성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 소리는 자유를 갈망하는 소리이기도 하고 또 나라를 걱정하는 절규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며 이것을 얻으려면 얼마나 많은 피와 땀과 눈물이 필요한가를 3ㆍ15 의거는 우리에게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의거의 당사자들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정의롭게 투쟁했지만 그것은 나라를 사랑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한다.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지 두 번째로 개최되는 올해 3ㆍ15 행사는 마산 3ㆍ15 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자유의 함성 민주주의의 불꽃을 피우다!" 라는 슬로건으로 치러지는 이번 행사는 3ㆍ15의거 유공자와 유족 시민 학생 등 약 1,200여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끝났다. 아직까지도 추위가 남아 있지만 언제 시간을 내어 아이들 손잡고 3ㆍ15 민주묘지로 가보라. 민주묘지로 올라가는 길목마다 희생자를 기리는 시비가 외롭게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 와서 그분들이 못 다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독재자를 향한 저항과 분노가 응축된 시도 읽어보라. 그 분들이 그때 목숨을 잃어가며 시위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그 절박했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보라.

기념관에 도착하면 우레 같은 함성이 들릴 것이다. 아이들에게 그 함성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무엇이 가장 소중한 것인지를 가르쳐 보라. 매년 3월15일 이면 이곳에는 퇴색된 아들의 비석을 어루만지며 눈물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은 우리들의 가슴을 울린다.

이렇게 3월이 오면 뜨거운 열정으로 짧은 생애를 불꽃같이 살았던 우리의 영웅들이 그립다. 그러나 봄이 되면 꽃은 다시 피어나듯 우리의 젊은 사자들은 비록 육신은 죽었어도 자유혼은 영원히 살아 찬란한 민주의 꽃으로 피어 우리 곁에 다시 올 것이다. 

이윤희 (창원보훈지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