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 앨라배마주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한국인 직원이 미국 경찰관들에게 범죄 피의자로 몰려 집단 구타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매체인 `뉴스앤포스트`에 따르면 한국 국적의 이 모씨가 지난 1일 불합리한 체포와 수색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4조를 위배했다며 앨라배마주 프랫빌 시와 경찰관 5명을 상대로 연방순회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씨는 50대 초반 남성으로 앨라배마주 수도 몽고메리에 있는 현대차 완성차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H사의 주재원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5년 현대차를 시작으로 한국 대기업들이 `무노조`와 값싼 노동력을 좇아 남부 투자에 나선 이후 한국 기업인이 미국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장에서 이 씨는 지난해 9월 22일 오전 1시께 자택 근처에서 교통신호 위반으로 적발돼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는 과정에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음주 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농도가 정상치로 나타났는데도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됐고 그 과정에서 테이저건(전기총)을 맞고 집단 구타를 당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경찰의 체포 당시 영상에는 경찰관들이 이 씨에게 체포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욕설을 퍼붓고 "테이저건을 쏘자"는 대화 내용이 녹음돼 있다.
　

영상에는 이 씨가 수갑이 채워진 채 바닥에 누워있는 모습과 경찰이 구급차를 부르는 장면도 녹화돼 있다.
　

소장은 "경찰 비디오에는 녹화되지 않았지만 경찰관들은 수갑을 채운 뒤 여러 차례 때리고 전기총을 쏴 이 씨가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며 "이 씨는 다치고 모욕당하고 안경도 부러졌는데 나중에 차를 되찾고 보니 디지털 카메라도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프랫빌 시의 법무관인 데이비드 맥도웰은 이번 소송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H사는 우리 회사의 협력업체인데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프랫빌은 몽고메리 광역시를 이루는 인구 3만 4,000명의 중소도시다. 백인이 전체 인구의 83%를 차지하는 전형적인 남부의 백인 중산층 도시로 공교육 수준도 높아 현대차 주재원과 협력업체 직원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